Monday, June 2, 2014

X-Men과 사회적 다양성



최근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이념적 대립이 커지고 있고, 특히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마치 기관사를 잃은 폭주 기관차를 닮았다. 이런 대립과 갈등은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몇일전 본 헐리우드 오락영화 'X-Men: Days of future past'를 보며 단순한 오락영화로 치부하기에는 심오한 사회철학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를 관통하며 지속한 주제인 인간과 돌연변이의 갈등, 또 이에 대한 대응을 두고 돌연변이들 간의 서로 다른 인식차이에서 오는 갈등의 기원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갈등의 기원은 차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다른 것을 두려워하는 지구 생명체의 근원적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다양한 인종이 섞인 이민자들의 조국 미국으로서는 특히 전통적인 주제인 셈이다. 다양한 차이가 하나로 섞여 존재하는 공동체에서, 그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다양성으로 인한 갈등을 다스려야 한다. 인류는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한 부류가 다른 부류를 탄압해온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시계의 추처럼 복수를 반복하며 공동체는 해체되고 인류 전체는 스스로 멸종해 간다.

이번 X-Men 시리즈에서는 '이 갈등을 어떻게 종식할 것인가?' '당장의 승리가 미래의 승리를 담보하는 것인가?'를 질문하며 근원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려 한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결국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를 멸종시키려는 것은 복수라는 진자의 운동 모멘텀을 더 크게 할 뿐이고 이는 결국 모두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제 우리는 이 공동체를 이루는 다양한 원자와 분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때론 너무 빨간 것도 또 너무 파랗거나 노란 것도 공동체라는 전체 그림을 이루는 픽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과학 팟케스트를 들었다.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와 나를 구성하는 원자들 사이의 역사와 그 상관관계에 대해 듣다보니 위의 관점을 설명할 훌륭한 논거를 찾았다. 나와 이 지구를 구성하는 원자와 그 안의 양성자, 전자들은 태초에 우주가 빅뱅을 통해 생성되었을 때 만들어진 그 원자들과 정확히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 나를 이루는 내 몸의 DNA, 세포, 모든 영양성분은 우주가 태어난 이래 수많은 생명체 혹은 무기/유기물이었던 장구한 역사를 거치며 재활용된 것일 뿐이다. 현재 나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과거 어느 포식자의 몸일 수도 있고 어느 이름모를 식물의 잎이었거나 타버린 고목의 부스러기였을 수도 있다. 과거의 그 어떤 것은 소멸 후 분해하여 현재의 다른 무엇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것일 수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생명이란 것이, 우주란 것이, 인간이란 것이 이러한 상태인데 개체의 차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너와 나의 차이는 우주의 역사로 보면 티끌만큼도 차이가 없는 매우 동일한 것일 뿐이다. 이렇게 완전히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진 개체들이 서로의 피상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을 증폭시켜 서로 종말로 치닫는 것은 어리석을 따름이다. 이 우주의 모든 개체는 사라져 다른 것을 형성한다. 그것에는 옳고 그름도 없고 영원한 다름도 없다.

미래의 인류가 가야할 방향은 개체의 다양성을 마음껏 발산하고 그것으로 인한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습, 생각, 가치의 차이를 기준으로 서로를 비난하기 보다는, 우주적 원소의 우연한 조합으로서의 나를 생각한다면, 나의 존재 그리고 나라는 개체가 만들어낼 무한한 가능성에 감사하자. 137억년 동안 우주와 지구를 떠돌아 다니며 다양한 것들의 조합이었을 양성자, 중성자, 전자 덩어리들이 다시 우연한 조합으로 생성된 존재가 '나'라는 사실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기적같은 조합만으로도 우리는 겸손해야 하며, 이 우연한 조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찬란한 가능성을 열심히 탐닉하자. 지금의 우연한 조합이 그 끝에 닿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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