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23, 2022

<무대장치 매달기> 해설 02 - 4K 법칙

 <무대장치 매달기> 1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내용이 4K 법칙이다. 번역한 내용에는 K가 전혀 없는데, 어쩌다 4K가 되었을까? 

번역 초반에 원문처럼 제목에 영문 이니셜을 인용하자니 영어 본문을 그대로 남겨야 할 것 같고, 번역문만 남기자니 제목을 번역에 맞는 용어를 찾아 바꾸었어야 했는데, 나중에 손 보려고 미루다 이 모양이 되었다. 원저자가 기억에 남기 쉽게 본문의 앞머리를 따서 제목을 만들어 강조하려 했었겠지만 번역을 하면서 그 효과가 사라졌다. ㅠㅠ. 죄송합니다…. Jay 선생님…. 

4K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1. Know the rigging system you are working with. (매달기 장치의 구조 파악)

2. Keep the equipment in safe working order. (작업 순서 파악)

3. Know how to use it. (사용법 파악)

4. Keep your concentration. (항시 집중)

대단할 것 없는 일반적인 내용이지만 중요한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매달기에서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사용 하중’이다. 매달려는 장치의 무게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라 매달기 장치의 구조를 설계하게 된다.

Friday, January 21, 2022

<무대장치 매달기> 해설 01

<무대장치 매달기>를 번역한 이후 주변 지인들로 부터 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 특히 1장부터 소개하는 힘의 이론이 생소하고 수학적 설명이 많아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후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설명해보겠다는 생각을 오랜동안 품었지만 정작 실행하지는 못하고 있다가, 최근 여러 계기로 마음을 다잡아 오래된 계획을 실행해볼까 한다. <무대장치 매달기>는 비즈앤비즈에서 2016년 3월 번역본 초판이 출판되었으나 지금은 절판되었다. 이 출판본은 Jay O. Glerum이라는 미국 공연기술계 전설적인 인물의 1987년 저서 3번째 판(2007년)의 번역본이었다. 

공연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영상 및 온라인 실시간 방송기술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까지 공연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현장에서 무대장치를 만들고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고 발달할수록 기존 기술과 인력의 전문성이 시험대에 오른다. 국내 현장 기술인력의 전문성 향상은 더디고 공연계 첨단기술의 세계적인 수준과 관객의 기대는 더 없이 빠르게 발전하고 변한다. 공연기술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국내 창작기술의 수준이 향상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관련 기술서적의 번역과 출판에 일정한 기여를 하려했지만, <무대장치 매달기>는 특정 전문 기술분야의 서적이기도 하고 내용도 어려워 수익성이 낮아 결국 절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초지식 부족으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했던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쉬운 설명을 덧붙여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연기술 분야의 이론화와 교육에 관심이 많아 번역에 뛰어들었고 당시 이런 의도를 역자 후기에 잘 담았다고 생각해 다시 소개하면서 글을 맺을까 한다. 다음 포스팅에서 본격적으로 <무대장치 매달기> 해설을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무대장치 매달기> 역자 후기 

공연계에 첫발을 디뎠던 1990년대 초만해도 무대 위에서 공연에 사용할 장치를 매다는 경우 철사를 사용하였습니다. 철물점에서 흔하게 살 수 있는 철사를 사용했으며 좀 더 신중한 경우에는 여러 가닥을 겹쳐 꼬아 사용하였습니다. 간혹 어느 공연에서 매달았던 장치가 공연 중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내가 작업한 공연이 무사히 마치길 마음 조리던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 작업 중에 특정한 기술적 방법을 결정할 경우 대개 선배들의 경험이 중요한 판단 근거였습니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선배를 따라만 할 뿐 응용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갖을 뿐이었습니다.

2006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처음으로 매달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하중, 강도, 인장 등 생소한 용어들과 삼각함수와 비례식 등 오래전 포기하고 돌아보지 않던 수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도 벅찬데 온갖 숫자에 집중하려니 쉬운 공식도 어렵게 느껴져 위축되기 일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으로 작업의 결과를 예측하고 계획하며 그에 따라 진행하는 과정을 익히고 나선 작업에 자신이 생기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넓어졌습니다. 수학은 자연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언어로 일단 그 언어를 이해하고 나면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이후로 진정한 설계(technical design)를 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공연기술계는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우선 공연기술 전문인력들이 너무 부족합니다. 관련 분야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전문인들이 현장에 부족합니다. 전문인력의 부족은 좋은 일자리의 부족으로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기술분야 직종이 일용직이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숙련된 전문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적습니다. 전문인이 부족한 업계는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어렵고 제작비와 과정의 예측이 불투명하며 예기치 않은 사건과 사고로 제작 여건은 더욱 열악해 집니다.

이런 국내 공연기술계에 전문가 육성의 선순환을 만들려는 취지로 ‘공연 매달기 실제’를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공연 분야의 시장 규모가 작은데 거기에 더해 공연기술 분야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수학과 전문 용어들로 지래 겁을 먹고 구입을 꺼릴 독자들이 많겠지만 과감하게 출판을 결정해준 방수원 비즈앤비즈 실장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쉽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으며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독려하는 무대 뒤의 수 많은 스탭들이 이 책을 통해 더욱 성장하길 바라며 책 구입을 통해 서로의 작업에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5년 12월.